연구 제목 : 과학, 커뮤니케이션 기술, 그리고 과학문화 정책의 대전환 연구(2019-2022)
- 연구책임자 : 심재철 교수 (jaeshim0@naver.com, shim@korea.ac.kr)
- 조교 : 김문환 박사후보 (kimunan2724@hanmail.net)
1) 연구 배경 및 필요성
현재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승인되어 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 개념이 아직 실체가 없다는 비판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은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인공지능, 로버틱스, 블록체인 기술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정보화를 빠르게 도입함으로써 전 세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의 통신 기술과 정보 기술이 국가주도로 추진된 덕분이었다. 에반스(Evans, 1995)는 한국의 성공적 정보화에 대해서 강력한 국가의 역할, 이른바 사회적으로 “내장된 자율성(embedded autonomy)”에 주목한 바 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국가 주도 방식의 정보화가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하향식 과학기술 개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반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형성되었다. 특히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변화가 사회 전반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통적인 하향식 의사소통, 일방향적 의사소통으로는 과학기술 연구에서 적절한 의제 설정과 성취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이영희, 2009; 박진희, 2014; 김환석, 2017).
또한,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불평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사회 소통 방식과 행동 양식이 크게 변이하고 있고 점점 더 빠르게 변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 사회 구성원이 모두 동등하게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고, 기술 격차와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지며,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제1차 산업혁명 시절의 기계 파괴 운동과 제2차 산업혁명에서 나타난 노사 갈등, 계층갈등, 국가 간 차이에 따른 갈등이 있었고, 제3차 정보화 혁명에서는 서 국가 간 계층 간 정보의 격차가 더 커졌다. 이런 사회문제가 제4차 혁명 맞이하면서 더 강화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특질로 “가상과 현실의 결합”인데, 이는 4차 산업혁명이 더 많은 다양성과 불확실성을 포함할 것임을 의미한다. 불확실성은 단순히 정량적으로 예측되지 않는 성격의 문제로서 사회적으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는 과학기술 문화와 정책에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진행 중인 시민과학(Citizen Science),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리빙랩(Living Lab), 그리고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 운동이 그런 사례들이다. 과학기술 연구 작업에서 과학기술 전문가와 일반 시민이 공동 생산자/공동 제작자로서 동등하게 참여하여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김민수 외 2016).
대중 참여, 대량 데이터와 같은 과학기술 연구 방법의 변화는 과학기술 연구 주제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참여로 얻어지는 대량 데이터 덕분에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연구도 가능해지고 있다(예, 대륙간 조류 이동). 또한 이런 연구 방식은 과학문화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지식 생산과 교육을 분리하였던 전통적 패러다임에서 지식 생산과 교육을 결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전하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가는 일반 시민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발굴할 수도 있다. 일반 시민들은 전문가들에게 연구 절차를 배우고 연구 과정에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이상적인 모델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쉽게 성취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리빙랩, 팹랩, 시민과학 모델을 도입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크지 않다. 단순히 해외의 좋은 모델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공이 보증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규모 참여와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연구를 위한 사회문화적 토대와 정책을 형성하기 위해서 먼저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1)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문화와 커뮤니케이션 (2) 과학기술 시민권 문제 (3)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과 헌법 개정 문제 (4) 과학기술과 참여 연구 검토 등이 있다.
2) 연구 목표
○ 본 연구진은 4차 산업혁명 전환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문화와 커뮤니케이션”, “과학기술 시민권”, “과학기술과 헌법”, “새로운 과학기술과 참여 연구 검토”를 수행하고자 함.
-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기 위해서 그에 조응하는 과학기술 문화와 정책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사회문화적, 법제도적 연구가 필요함.
- 새로운 과학기술 문화 모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담아내야 한다는 점임. 서로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해관계도 다양하며, 학술적 역량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동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함. 복합적/융합적 공동 작업이 가능한 전환 모델을 필요로 함.
○ 과학기술 연구에서 연구 문제 발견 과정이 중요한데, 그동안 과학 작업은 주로 구조화된 문제에 집중해 왔음. 그런데 오늘날 우리에게 제기되는 문제는 ‘문제를 특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영역도 존재함[그림 3].
- 전통 사회과 달리, 다원화 사회에서 가치(규범)에서 불일치가 높고 지식에서 불확실성도 높은 문제들이 존재함(Dijk, et al, 2017). 그런 “비구조화된 문제”는 “구조화된 문제” 보다 정의하기 어렵고 해결책을 찾기도 어려워서 전통적인 방법론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움.
- 그런 문제들은 가치(규범)의 불일치와 지식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는 의사소통 역량과 연구 작업 관리 역량을 요구함. 특히 그런 역량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함. 개인의 역량 강화를 포함하여 사회적 학습(social learning)이 필요함.
[그림 1] 문제 발견하기와 문제의 성격 (Dijk, et al, 2017)
-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조응하는 과학기술 문화와 정책 전환에 관한 연구가 절실함. 한국을 포함하여 국제적인 변화 양상을 진단하고 이를 통해서 향후 변화 방향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면 과학기술 문화 전환을 위한 안정적인 담론형성과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임.
○ 또한 과학기술의 문화적 전환으로 민주주의 문제와 혁신 문제를 연결할 수 있음. 국가와 전문가만이 과학기술을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했던 전통적인 패러다임에서는, 민주주의 문제와 혁신의 문제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거나 상충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강했음. 새로운 과학기술 문화 패러다임에서는 민주주의와 혁신을 결합하여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을 지향함.
3) 연구 세부 내용
○ 대규모 대중 참여와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연구를 위한 사회문화적 토대와 정책을 형성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진행하고자 함.
(1) 커뮤니케이션 기술 혁명에 따른 과학기술 연구문화와 소통의 문제
○ 과학기술 연구자 집단 내 커뮤니케이션 연구
-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특징으로는 대량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변화를 들 수 있음.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기술 혁명에 따른 과학기술 연구 집단 내 커뮤니케이션 양태 변화가 예상됨.
- 연구자들의 의사소통과 창의성(혁신성) 사이의 연관 관계가 높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구 집단 내 의사소통을 신장하기 위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특히 의사소통 문제는 여러 전문성이 모여서 성과를 내야 하는 융합 연구에서도 필수적임. 연구자 집단 내 의사소통과 문화적 전환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함.
- 개별 과학기술 연구자들을 선정하여 장기간(약 1년) 정기적으로 1대1 인터뷰를 수행함.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의사결정 방식은 사회문화적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방식과 차이가 있는지, 공통점은 무엇인지 자료를 수집함. 또한 과학기술 연구자들 사이에서 변화하는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방식이 있는지를 관찰 조사함.
- 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팀을 선정하여 장기간(약 1년) 정기적으로 인터뷰를 수행함.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전통적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방식, 변화하는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방식이 있는지를 관찰 조사함. 과학기술 연구자들이 요구하는 사회문화와 제도적 지원에 대한 의견 조사도 수행함.
- 시민참여 과학을 수행했거나 수행한 적이 있는 과학기술 연구자를 발굴하여 인터뷰를 수행함. 주로 시민참여 과학의 경험과 그 경험이 연구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두고 진행함. 해당 연구자들이 요구하는 별도의 사회문화와 제도적 지원에 대한 의견 조사도 수행함.
- 인터뷰 결과를 종합하고 과학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적용하여 전환 모델의 특성을 제시함. 과학기술 연구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매뉴얼/툴키트 개발을 포함.
○ 커뮤니케이션 기술 변화로 인한 대중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의 변화 연구
- 모바일 혁명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 변화에 따라 과학기술 문화에도 소통의 문제가 새로운 사회 갈등으로 떠오름. 과학 보도 영역도 예외 없이 가짜 뉴스가 존재하며 실시간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감. 때로는 진실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자신의 이데올로그 전파에 가짜뉴스를 이용하고 있음.
- AI를 이용한 기계적 번역으로 오히려 혼란스러운 사회적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음. 국가 간 정보 보호의 문제가 새로운 외교적 안보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음.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간 화폐거래 제도 바뀔 수 있음. 뉴욕타임스, 신화통신, 요미우리 신문 중심의 언론제도가 바뀌고 있음. 이미 허핑턴 포스트의 독자수는 뉴욕타임스를 능가하고 있음.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의 오마이 뉴스나 나꼼수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해 연구하고 있음.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에 의해 세계 컴퓨터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미국이 다시 패권을 잡고 있음. 커뮤니케이션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택시업계에 우버나 카카오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 나타남.
- 이상과 같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변화는 일상적 실천에 영향을 주며, 이는 일상적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됨. 일반 대중은 이런 환경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음. 사람들은 “사실”, “진실”, “정보”를 어떻게 구하고 있나? “사실”, “진실”, “정보”을 구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나? 등의 연구질문이 등장함.
- 특히 아마존,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길찾기 서비스, 인공지능 스피커 등 사람들 사이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인공지능형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수용 양태를 연구할 필요가 있음.
(2) 과학기술 시민권 문제
○ 과학기술 시민권 개념 제시 및 제도화 연구
- 과학기술은 단순한 도구에 머물지 않고, 그 과학기술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생성함. 그리고 그 영역은 특정한 희소가치를 형성함으로써 그로 인한 도덕적 상황을 생성함. 예를 들어서 독성화학 공장의 배치는 이전에는 더 풍부했지만, 이제는 희소해진 생명과 건강을 드러냄으로써 하나의 영역으로 묶이게 됨. 이전에는 별 가치가 없었던 오염 배출 탐지와 관련 장비에 대한 지식이 이제 가치 있는 것으로 재정립됨(Frankenfeld, 1992; Turner, 1994).
- 그 과정에서 그 영역 내 구성원들은 공통의 주체성을 의식하고, 이 상황을 조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단일한 권위를 가지는 관리 시스템의 필요를 의식하면서, ‘기술의 정치 공동체(technological political community)’를 형성함. 기술을 관리하기 위해 해당 공동체가 채택한 관리 시스템 형태 중 하나가 ‘기술 규제 체제(technology regulation regimes)’임. 이것은 복잡한 환경 위험을 관리하는 데 영향을 주는 모든 법률, 규제, 집행 철학, 태도 등의 총체로 구성됨. 개별 기술 규제 체제는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기술의 정치 공동체와 그들의 관리를 위임받은 관리시스템 전체로서 ‘기술 정치 시스템(technological political system)’은 지속함(Frankenfeld, 1992).
- 과학기술은 하나의 정치 공동체를 형성하며, 구성원들은 동등한 멤버십과 지위를 가질 것으로 기대됨. 그들이 바로 과학기술의 주체(scientific/technological subject), 과학기술 시민(scientific/technological citizen)임.
- 과학기술 시민권은 과학기술 영역 내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정하는데, 그러한 권리로는 다음과 같은 4가지가 있음. (1) 지식 또는 정보에 대한 권리 (2) 참여의 권리 (3)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를 보증받을 권리 (4) 집단과 개인의 위험의 총량에 대한 제한 권리(Frankenfeld, 1992; Hiskes, 1998; 이영희, 2009; 정인경, 2015). 이런 권리를 통해서 구성원들은 해당 지식에 대한 의미를 형성하고 그 의미에 동화됨. 이것은 바로 위험 커뮤니케이션 작업의 목표이기도 함(Stevenson, 2006).
- 과학기술 시민권은 또한 구성원의 의무도 수반함. (1)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지식을 배우고 활용할 의무 (2) 다수의 의지에 참여하고 이를 수용할 의무 (3) 기술 시민의 문해 능력과 덕성을 실행할 의무. 그런 의무들이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결합하고, 그 사회에 대한 기여, 주인의식, 통일성, 단일성, 동화의 느낌을 제공함. 권리와 의무의 통일성은 역동적이고 풍부한 시민권의 내용을 형성함(Frankenfeld, 1992).
- 최근 에너지 시민권(energy citizenship) 개념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사용자 또는 소비자 개념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에너지 전환의 바람직한 결과를 형성하려는 기대를 포함하고 있음. 이들에 의해서 지역 에너지 자치 관리가 강화될 수 있어서 분산적 민주주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음(Devine-Wright, 2007; 박진희, 2014; Ryghaug, et al, 2018)
- 과학기술 시민권은 대화를 통한 학습 가능성이 열려 있고 그런 대화를 촉진하는 참여적 실천을 전제함. 이를 위해서 지속해서 규범적 숙의의 정치(politics of normative deliberation)를 탐색하고 개발해야 함. 집합적 학습(collective learning)과 전환적 변화(transformative change)는 시민권 실천에서 필수적임. 스티븐슨(Stevenson, 2006; 2015)은 일상적 대화보다는 생각의 충돌을 논제로 삼는 숙의 과정을 통해서 지속가능한 시민권(sustainable citizenship)이 더 잘 학습될 수 있다고 설명함.
-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기본법/정책은 과학기술인과 일반 국민을 분리하는 경향이 있음.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인이 하고 국민은 수동적 수혜자로 묘사하고 있음. 물론 이런 경향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존재했었는데 냉전 시대 국가주의(국가경쟁력 중심주의) 패러다임 때문임.
- 국제적으로 과학기술 시민권 개념이 구체화되고 있음. 예를 들어 영국 NCCPE(National Co-ordinating Centre for Public Engagement, 2008) 설치, 미국은 “미국 혁신 및 경쟁법(American Innovation and Competitiveness Act)” 내에 “크라우드소싱 및 시민 과학법(Cloud Sourcing and Citizen Science Act, 2015)” 신설.
-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의 과학기술이 되는 환경임. 이를 위해서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과학기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에 관한 연구와 문화/제도 개발이 요구됨.
- ① 신고리 원전 공론화 시민참여단, 과학클럽과 같이 과학기술 작업에 참여했던 일반인을 선정하여 인터뷰 등을 수행함. 과학기술 작업 참여가 시민에게 미친 영향을 관찰 수집하는 방식으로 연구 진행함. ② 인공지능 기술 사용자들을 선정하여 인터뷰 등을 수행함.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수행함. 일반 대중의 과학기술 실천이 과학기술 시민권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중점으로 연구를 진행함.
○ 시민참여 과학사업 평가 방식 전환
- 최근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리빙랩, 팹랩 등 시민참여 과학사업이 다수 추진되고 있음. 그런데 시민참여 과학사업에 대한 평가 방식이 개발되지 않아, 전통적인 정량적 업적 평가 방식을 취하고 있음.
- 사업 평가는 사업 전체를 관통하는 ‘명령(Code)’ 또는 ‘규제(regulation)’이기 때문에 평가 방식은 시민참여 과학사업의 성패에 영향을 줌. 시민참여 과학사업은 전문가 연구자들의 과학사업과 다른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평가 형식이 별도로 개발되어야 함.
-시민과학은 주로 생활, 환경 문제를 다루게 되는데, 그런 문제들은 “가치(규범)에서 불일치”나 “지식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임[그림 3, 문제 발견하기와 문제의 성격 참조]. 이 영역의 문제들은 성격상 “비구조화된 문제”, “반구조화된 문제”일 가능성이 큼. 따라서 “구조화된 문제”를 평가하는 정량적 평가 방식은 적절하지 않음.
- 시민참여 과학사업은 문제 탐색과 발굴에 초점을 두고 문제해결을 공유하는 공동체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음. 단기 성과보다는 과학 문화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중점 사항을 두어야 함. 보상과 처벌, 경쟁 방식보다는 공동체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함.
- 스토리텔링 형태의 사업보고를 고려할 수 있음. 스토리텔링은 정합성을 가지며, 외부인에게 내부 상황을 공유하는 좋은 방식임. “무엇을 어떻게 문제라고 정의했나?” ,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갔나?”,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등. 스토리텔링 보고를 모아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제공. 이야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과학의 즐거움을 느끼고 문제해결 방식을 학습할 수 있음. 스토리텔링형 사업보고를 보충하기 위해서 관찰자, 참여연구자, 정책 담당관 파견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음. 참여자의 권리와 의무를 동의하는 절차, 시민참여 과학사업을 지원(매뉴얼, 툴키트 등 개발)하는 제도 개발도 필요함.
- 현재 시민참여 과학사업을 많이 주관하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협력하여, 시민참여 과학사업에 대한 평가 전환 모델을 적용하는 과정을 관찰 분석할 수 있음.
○ 그 외, 시민과학자 사례 연구, 스마트 캠퍼스 툴이 교수-학생간 의사소통에 미치는 영향 연구 등
(3) 과학기술과 헌법 연구: 헌법상 과학기술의 임무(“국민경제 발전에 기여”)에 관한 논쟁 및 대안 입법
○ 과학기술 관련 헌법 개정에 관한 연구
- 과학기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헌법 제127조 제1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음. 최근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이하 ESC)” 회원을 중심으로 개정 청원이 진행됨(http://scienceon.hani.co.kr/557922)
- 청원 요지는, 우리나라 헌법은 여전히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바라보며, 기초 연구에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여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함.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저개발국가 시대의 요구에 부합했던 헌법의 잔재일 뿐”이라고 비판함(김래영, 2018).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와 한겨레의 조사에 따르면 과학기술인들의 73%가 헌법 127조 1항 개정에 찬성함. 관련하여 지난해 9월 정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안건으로 보고됨.
-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목적이 헌법에 명시됨으로써, 과학 연구가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목적성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음. 관련 선행연구는 많지 않으나 최근 연구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함. 박기주(2018)은 이런 현상이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과학기술헌법의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함.
- 과학기술 연구란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자들이 어떻게 쓰일 것이라는 목적을 가지고서 알아내고 만들어낸 것보다는, 우연히 발견하였거나 실패를 통해서 발견한 것들도 많음.
- ESC의 주장은 현재 패러다임 전환기에 시의적절한 지적임. 다만 ESC의 주장처럼, 우리나라가 저개발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헌법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님. 법률 조문 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냉전 시대 이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과학기술에 국가경쟁력 발전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해 왔음. 20세기 이후, 오랫동안 과학기술은 국가경쟁력 발전과 강하게 연계되어 성장해왔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국가경제의 연결을 쉽게 절연하기 어려울 것임.
- 이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과학기술의 지위와 역할을 논의해가야 함. 그동안 과학기술학(STS)은 과학기술 지식이 다른 지식에 비해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음. 과학기술 지식과 그 외 다른 지식(예 일반인 지식)을 분리하고 과학기술에 대하여 더 많은 권위를 부여하는 문화가 강하게 형성되어 옴.
- 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 재정의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일부에서는 과학기술이 국민경제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등장함.
- ESC 등 과학기술인들은 직접적인 경제 기여와 관계없이 국가는 “기초연구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헌법 또는 관련 법률에 적시하기를 기대함. 그런데 이 주장은 단지 당위성만으로 수용되기 어려움. 국민들이 국가의 과학기술 투자를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역할이 수립되어야 함. 즉, 헌법 127조 1항의 단순 삭제 문제가 아니라, 과학기술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발견하는 문제와 연결됨. 과학기술의 역할이 국민경제 기여가 아니라면 무엇이어야 하는가? 과학기술의 역할이 어떤 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와 연결됨.
- 또한, 이 사안은 과학기술 시민권 문제와 연관되어 접근해야 함. 우리나라 성인들은 과학기술 자체에 관심이 높지 않음. 사람들은 대체로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자만이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음. 이런 현상은 근대 국가주의 패러다임에서 (특히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과 제도에서는) 과학기술인과 일반 대중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모델을 취해왔기 때문에 형성된 문화임.
- 4차 산업혁명 시대란 단지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과학기술의 주체가 되는 환경을 의미함. 따라서 전통적인 과학기술관을 극복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헌법적 의미 형성이 필요함.
- ‘모든 사람의 과학기술 문화’를 지향하는 조건이 형성될 때 과학기술인과 일반 국민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됨. 법률 조문의 변화는 단순히 텍스트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반영이며 사회적 수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대안적 법제도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인식전환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함.
○ 해외 사례 비교 연구
- 우리나라 헌법 제127조 제1항과 유사한 조문을 두고 있는 국가는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있음. 현재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주요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는 헌법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음.
<표. 2> 해외 헌법 과학기술 관련 조항 (자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검토보고서, 2018)
- 나라마다 과학기술의 형성 과정이 다르고 사회적 의미부여가 다르므로 단순 문헌 비교는 주의해야 함.
- 해외 주요국들이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과학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재고하는 과정을 비교하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음.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 과학기술 시민권, 시민참여 과학연구 등과 교차 논의, 협력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례 연구를 진행함.
(4) 과학기술과 참여 연구: 새로운 과학기술 활동 및 연구방법 검토
○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과학기술 연구방법의 변화에 관한 연구
-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현대사회의 문제해결 방식에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됨. 가령,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법은 기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 이런 변화는 과학기술의 활동방식과 연구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문가 위주의 활동방식과 엄선된 양질의 데이터에 기초한 연구방법에서 전문가-시민 협업 위주의 활동방식과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연구방법으로 바뀌고 있음(Fink and Hoachachka, 2012; Wynn, 2017).
-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민과학, 리빙랩, 팹랩, 메이커운동 등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국가적 차원에서도 관심과 지원에 힘쓰고 있음. 시민사회에 존재하는 과학기술 문화 전통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사회문제 해결, 혁신정책의 차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임(Triezenberg et. al, 2012; 마크 해치, 2014; 김윤호, 2017).
- 이제 과학기술 연구에서 ‘참여적 전환’(participatory turn)은 중요한 패러다임이 되었음. 1990년대 중반 영국의 광우병 사태와 GMO 사태로 EU에서는 전문가집단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는데, 이를 회복하려는 조치가 고민되었고 사전예방원칙이나 The GM Nations?와 같은 방식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제시되었음.
- 이런 역사적 사례는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참여도 일정한 맥락 속에 놓여 있으며, 따라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과학기술 연구방법의 변화에 대해서도 역사-사회-기술적 맥락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을 말해줌(Everson & Vos, 2009).
-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의 수집 및 저장, 소통, 분석이 쉬워지면서 일반 시민들도 과학기술 활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 과정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넓어졌음. 그 과정에서 연구방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음. 가령, Zooniverse와 eBird, GLOBE 등의 시민과학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과학기술 전문가와 일반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함(Cooper, 2016).
- ‘개방형 과학(Open Science)’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혁신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지원하는 (그리고 예상되는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함.
- 새로운 과학기술의 진전을 위해서 정부, 학계, 산업계 및 시민들 간의 연구개발 협력과 각종 규제과정 (예를 들어, 데이터 공유, 시민과학, 크라우드소싱,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촉진할 수 있는 가상 플랫폼, 다른 형태의 협동연구 등을 통해)을 통해 촉진되어야 함.
○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전환 모델 연구
- 한국에서도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음. 그렇지만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아직도 높은 실정임.
-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의 낮은 자생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 문화 및 정책의 전환에서 커다란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음. 전문가와 시민의 협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도 뒤처질 수 있음.
- 이런 현실은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 및 그 활성화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와 연구를 요구하고 있음. 한국사회에서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이 자생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음.
- 국내에서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을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주요 행위자들(전문가와 일반 시민을 포함하여)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FGI 포함)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진단하고자 함. 특히, 활동의 동기, 활동의 과정(활동방식과 연구방법), 제도적 장치와 정책적 지원, 문제점과 전망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함.
- 일반적으로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은 상향식(bottom-up)으로 이루어짐. 그에 따라 활동방식과 연구방법에서도 이전과는 근본적 변화를 요구함. 반면에, 우리의 경우에는 여전히 하향식(top-down)에 머물고 있음.
- 이런 까닭에 상향식 vs 하향식의 대립 구도가 논쟁의 쟁점이 되곤 하는데, 과연 이런 대립 구도가 우리 현실에 적합한 참여적 과학기술 활동을 촉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여 상향식과 하향식의 장점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음. 이는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환 모델을 구상하고 테스트할 필요가 있음.
○ 이상 4가지 연구주제는 개별 연구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동시에 상호 연관성이 높아 공동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상호 촉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함.